작성년도: 2010년.
도서명 |
골드만삭스 |
저자 |
리사 엔드리치 |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금융권에서는 일종의 이상향이다. 금융빅뱅을 예고하며 대단한 기대속에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한마디로 ‘우리도 골드만삭스를 키우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업의 영역을 넓혀왔고 새로운 역사를 써왔으며, 또한 그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대우와 인센티브도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사회 속에 특히나 금융관련업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골드만 삭스는 경이의 대상이 되어왔고, 또한 탐욕적 이미지도 오버랩 됨과 동시에 질투의 대상 이 되어왔다.
골드만 삭스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책을 냈지만, 장장605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와 5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목록은 일단 양적인 측면에서 골드만삭스에 관한 다른 어떤 책도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최고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설립초기의 일화부터 최근 기업공개를 통한 주식회사로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두뇌들이 최고의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철학과 경험과 인간적인 면모를 샅샅이 드러내는 과정에서 어떠한 지루함이나 이해의 난해함없이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어조로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20세기로 들어설 무렵만해도 골드만삭스는 별로 알아주는 이 없이 꿈만 컸던 조그만 가족회사였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동안 골드만 삭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은행으로 성장했고, 그 사이에 무수한 경쟁자들을 물리쳐나가면서 업계의 선두가 되었다. 기왕에 있던 자본력이 강한 회사, 영업력이 강한 회사들이 골드만삭스보다 한발 더 앞서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골드만삭스는 훌륭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비상장회사라는 형식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여 세계투자은행업계의 최고봉에 올라섰다.
골드만삭스는 사돈관계인 골드만과 삭스가문, 그리고 새로 합류한 와인버그 가문이 회사를 경영하였다. 골드만은 독일계 유대인 상인출신으로 1869년 맨하튼의 한 건물지하에서 채권브로커일을 시작하였다. 삭스는 골드만의 사위로 회사경영에 참가하였고 파트너관계를 유지하며 수 십년을 공동경영하였다. 와인버그는 작은 체구와 짧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에서의 잡역부가 된 기회를 놓지치 않고 능력을 발휘,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초기의 골드만삭스는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는데, 예를 들면 기업을 평가할 때 기준을 실물자산가치가 아닌 주가수익비율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이 같은 기업인수시장에서 혁신을 바탕으로 시장을 만들어나갔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 1929년의 금융폭락의 시기에 큰 손해를 입기도 하였지만 구조조정과 자본감소의 고통을 겪고 나서 위험을 바라보는 시각, 회사의 명성을 중히여기는 가치관을 형성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게 된다. 골드만 삭스는 투자은행이면서도 레비와 같은 트레이더를 균형적으로 등용하여 이후에 열린 매매지향적인 금융체제에 대비를 하게 되었는데 고위험매매를 통해 골드만삭스는 다른 은행들보다도 먼저 심리적으로 고위험세계에 적응한 회사가 되어갔다.
위험은 골드만 삭스가 성공을 할 수 있게 된 바탕이다. 위험을 예측과 분석을 통해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골드만 삭스는 다른 누구보다 이벤트의 본질을 분석하고 큰 시각에서 방향을 설정하여 과감한 투자결정을 이루어 나갔고 이러한 결정들은 골드만 삭스에게 큰 투자이익을 남겨주었다. 유명사업가 오들럼이 시드니 와인버그의 아들이자 골드만삭스의 신입직원이 된 존 와인버그(후에 골드만삭스의 경영자가 된다)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은 골드만 삭스의 철학을 단적으로 알려주면서 또한 불확실성 속에 판단을 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정도를 지나치는 과잉 사례들을 눈여겨 보게. 그런 과잉 사례들이 어떤 것이며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걸세, 매번 그 모습이 달리보이니 알기 어려운 법이지, 과잉은 시장에서 바로잡아지기 마련이지만, 세대마다 지난 교훈을 까맣게 잊기 때문에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된다. 그리고 성공은 위험을 제대로 보고 정확히 평가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의 성공을 이끈 버팀목을 세가지로 보고 있다. 리더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일군 회사문화이다. 위대한 리더가 시대를 아우르는 터전을 닦고 멀리 내다보는 큰 시야와 비상한 능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리고 골드만삭스는 가장 출중한 인재를 골라 썼다. 발상이 기발하고 의욕이 넘치는 인재들을 회사의 문화에 조화시켜 어느 누구도 모방하기 힘든 고유한 회사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나는 이 같은 점이 단지 골드만 삭스 뿐만아니라 이 시대에 공존하는 모든 조직들이 어떠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가와는 관계없이 최고가 되고 또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책 전체에서 골드만삭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와 같은 세가지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골드만 삭스는 현실에서 상당히 난감한 처지에 몰려있었다. 금융위기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골드만 삭스는 수익이 잠시 줄어들었을 뿐 손실을 입지는 않았다. 다만,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큰 송사를 치루고 있고 책임에 비해 과도한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인센티브제도로 금융위기 속에서 고통을 겪은 미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책에서 긍정적으로 비추고 있는 뛰어난 업적, 투자철학, 파트너십은 현실에서 오히려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이 이익만이 최고라는 일념하에 사회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투기를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 책은 사회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숨겨진 화두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책은 절판되었으나, 참고로 교보문고 정보를 링크한다.
-끝-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후감] 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저자:존 앨런 파울로스) (0) | 2020.09.10 |
---|---|
[독후감] 채권투자노트 (저자: 김형호) (0) | 2020.09.10 |
인터넷 안되는 데스크탑에서 아이폰으로 인터넷 연결 (1) | 2020.08.12 |
SH공사 이전, 신내2지구 (0) | 2019.08.29 |
엑셀에서 특정페이지 인쇄(특정구간만 인쇄) 설정 (0) | 2019.07.03 |